변화 포인트

Posted 2012. 7. 22. 19:05

다사다난한 7월을 보내며 문득 지난 10년간 몇번의 변화 포인트가 떠올랐다.


1. 경제학의 선택과 취업

대학때 수학 전공을 하며 나는 천상 수학 공부를 평생 하고자 열심히 수학공부에 몰두했던것 같다. 여느 대학생들보다 유난히 시험을 보고 나면 A+에 목매는걸 넘어, 그 중에서도 내가 반에서 몇등을 했느냐에 대해 매우 집착해서, 시험이 끝나면 먼저 교수님을 찾아가서 등수를 물어보곤 했다. 좋아했던 다변수 복소수 함수론에서 수십명 중 내가 4번의 시험을 합친 120점 만점에 117점으로 1등을 했다는 말씀이라던지, 수리통계학에서 평균 30점 100점 만점에 95점을 맞아 1등을 했거나 다변수 함수론에서 세번의 시혐에서 모두 연속 만점을 받은 기억들은 여전히 힘든 나날속에 기분좋은 옛 기억으로 떠오르곤 한다. 그러던 와중 교수님께서는 방학때면 PHD 분들과 동등하게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그들보다 훨씬 미천한 실력으로도 같이 discussion하고 나가 발표도 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며 수학 공부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다 졸업이 가까워 지며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더니, 상아탑보다 사회로 먼저 나가보자 하여 대학원을 접는 동시에 경제학 복수전공을 시작하며 pure math보다는 실용학문에 focus를 하게 되었는데 당시 교수님은 매우 실망하신 눈치였다. 내가 뭘 원하는냐보단 당시 교수님을 실망시켜 드렸다는 것에 매우 큰 배신을 한게 아닌지..약간의 수치심을 느꼈다.


2. 첫번째 퇴사

졸업 후 일자리를 얻게 되었고 나름 업계에서 손꼽히는 회사에서 일하며 미래에 대한 꿈을 꾸던 와중. 내가 이걸 하려고 직장에 온것인가 회의가 들었다. 난 이러려고 이곳에 온건 아닌데. 유수한 해외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조직 내에서 촉망받는 선배들이 하루종일 커피를 타며 회의 준비 및 손님 접대를 하는것을 보며 비젼이 보이질 않았다. 하루 하루 버티는게 고역이었고 하루빨리 도망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망쳤다. 남들은 후회할꺼라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회하지 않는다. 그 조직에서 주욱 클 자신이 없었으므로.


3. 그리고 지금

회사도 학교못지 않게 연구를 할 수 있고 돈도 벌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단걸 느끼다가 더 좋은 기회를 찾게 됐다. 보통 사람들은 이직을 할 때 현재가 너무 참을 수 없을 만큼 지긋지긋 하여 옮긴다고는 하지만, 난 현재 상사와의 관계도 매우 좋고 다른데 가서도 우리 회사 최고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러다 나도 때가 되면 저런 사람과 일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있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소릴 들었고 그분과 인터뷰를 보고 결국 일하자는 제의가 왔다. 보스가 외국인이고 아시아가 한팀으로 묶여 다녀서 출장도 자주 있고 지금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연봉도 지금의 30%이상을 주고 공부 휴가(study leave), 휴가일수도 지금 회사보다 많은 오퍼레터를 받았고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을것만 같았다. 변화의 포인트가 온것이다. 모든것은 잘 진행되고 있었고 마무리만 잘 지으면 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지리한 퇴사 면담 끝에 결국 남게 되었다. 사람 때문에. 

퇴사 노티스를 한 뒤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사태가 났다고 했다. 나때문에 회사다닌다는 동료와 울먹거리는 후배, 2주동안 계속되는 팀장님과 면담, 옆팀 팀장님들도 나서서 설득하고, 상무님도 설득하고, 매일매일 새벽까지 계속되는 설득 끝에 남기로 했다. 

나를 잡은 사람들이 다 떠나게 되면 그땐 나도 떠날 수 있을까. 나중에 돌아보면 그땐 그랬지 하며 그냥 웃겠거니.


+

이후에 더 많은 책임과 권한, 업무가 주어졌다. 덕분에 집에서도 일을 하는... 숫자를 말로 설명하는건 너무 어렵다. 그냥 미분하시오..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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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2.08.15 12:45 | PERMALINK | EDIT | REPLY |

    비밀댓글입니다

  2. Ji1

    | 2012.09.02 15:57 신고 | PERMALINK | EDIT |

    오랜만에 방문 감사해요. 잘지내시죠? 새로운 회사에서 새출발 축하드려요 ^^
    말씀하신것처럼 저도 그렇고 주변 상황도 그렇고 아직 때가 아니었던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언젠간 더 좋은 기회가 있겠죠.
    언제 그랬냐는듯 무더운 여름도 가고 있네요. 새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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