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Posted 2013. 4. 29. 19:36

바흐의 무반주첼로를 들으며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면서 간만에 휴가를 즐기고 있다. 여유로워서 광화문 사거리에서 왈츠를 추고싶은 심정.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에 볼일보고 집에와서 점심먹고 까페에 가서 밀린 공부(?)를 하고 백수마냥 돌아다니니 햇빛 쏟아지는 하늘이 이리도 예쁜지 그동안 몰랐다. 시끌적한 주말이나, 후딱 밥먹고 일하러 들어가야 하는 평일 오후에는 볼 수 없었던 평화롭고 맑은 하늘.


그간 삼개월동안 놓고있던 공부를 다시 더듬더듬 시작하고 있다. 어쨌든 이 길고긴 시험을 올해 안에는 마무리 짓자고 다짐하며... 그래도 지치긴 치친 모냥이다. 긴 수험생활동안 한번도 지겹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필요로 한다고 (곰탕 욹어먹듯 나의 슬로건이 되어버린...) 까페에 가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했다.  


헬스장을 옮기다.

회사 앞 헬스장을 다니니 야근하는날도 잠깐이라도 운동하러 갈 수 있어 좋았지만.. 회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탓에, 회사 분들과 트레이너들이 합세하여 누구누구가 운동을 잘한다 못한다 자세가 좋네 안좋네 말하는것이 부담스러워 집근처로 옮겼다. 이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운동을 하리. 옮긴 헬스장은 회사 앞만큼 삐까뻔적하지는 않지만, 턱걸이 기계가 있는것이랑 프리 웨이트존이 적당히 넓어 그럭저럭 괜찮다. 


크로스핏 등록

그동안 관심있었던 운동인데, 헬스를 하면서 기본 체력도 길렀다 생각이 들어서 크로스핏을 배우고 싶어 등록했다. 첫수업시간에 처음인데도 자세가 좋다고 칭찬받아서 으쓱으쓱 했다. 중간에 버피 테스트를 30개를 빨리 마쳐야 했는데 남자들을 물리치고 1등으로 끝냈다. 쓰리스터란 운동이랑 케틀벨 운동을 배웠는데 일정한 갯수를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됐다. 역시 난 경쟁적인 상황에서 열심히 하는 체질인가부다. 힘든 운동이라 그런지 남녀 비율이 8:2로 매우 바람직하다. 입실론 델타정리도 아닌.. 임의의 그룹에 가더라도 내가 가는 곳마다 항상 여초현상이었는데 이렇게 남초 집단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10명정도가 한 클래스고 대부분 20대 중반-30대 중반으로 보인다. 쓰리스터는 스쾃트랑 바벨 숄더프레스를 연결시켜 합쳐놓은듯한 동작이었는데, 바벨 무게가 엄청나서, 연속해서 5개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결국 다음날 하루종일 근육통에 시달렸다. 


남산 러닝

날이 풀리니 야외 운동의 계절이 왔다. 주말 아침마다 남산 트레일을 뛰고있다. 우레탄이 쫙 깔려있어 발바닥이랑 무릎에서 무리가 안가는듯 하다. 힐튼호텔쪽부터 국립극장까지 7km정도 되는 길을 완주하는데, 첨엔 부서 외국인이랑 통역비서와 셋이 뛰기 시작하다가 땀흘리기와는 멀어보였던 같은팀 대리도 조인하고 사람들이 관심있어하니 달리기를 유행시킨 기분이다. 요즘의 삶은 진정 체육인의 삶인듯.


전직원 대상으로 고객 경영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했는데 담당하는 부서가 매우 적극적이라 700명의 직원을 8명씩 나눠 조를 이루고 조장을 뽑게 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정체불명의 음악을 틀어 지금은 조모임을 할 시간이라며 방송을 내보내 업무에 집중을 못하게 하고, 브레인 스토밍을 시켰다. 

조원들 중 직급이 딱 중간이라 떠밀려 조장이 되고는, 바쁘다고 핑계대는 사람들을 어거지로 밀어부쳐 모이게 만들고 일정에 맞춰 산출물을 만들어내고, 부끄럽지만 바쁜 시간 쪼갠답시고 10분만에 PPT파일을 만들고 갑작스레 전화받고 불려가서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면서도 달리는 열차위에서 뛰어내릴 수 없어 서있는 기분이었는데..

휴가때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받으니 아이디어가 3위에 랭크돼서 해외포상여행을 보내준다고 여권 사본을 빨리 보내란다. 핸드폰으로 여권 찍어서 보내 드리고는 여행에서 신을만한 여름샌들 없나 신발장을 뒤지고 있다. 어리둥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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